오늘 사무엘기 말씀에서 사제인 엘리는 눈이 침침해 잘 볼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엘리는 눈만 침침한 것이 아니라, 하느님을 봐야 하는 마음의 눈은 원래 오래전 부터 침침했습니다. 그래서 한나가 기도하고 있을 때 술 주정을 하는 줄 알았고, 사무엘이 주님의 목소리를 듣고 와서 자신에게 부르셨냐고 물었을 때 처음에는 그러지 않았다고 하며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지 못했습니다. 세번째 그런 일이 있자 그제서야 엘리는 주님께서 사무엘을 부르시는 것을 알아차리고 사무엘에게 어떻게 대답할 것인지 알려주었지만, 그의 마음은 하느님에게서 멀어져 있었습니다. 그래서 하느님께서는 충실하지 못했던 엘리의 사제직이 그 집안에서 더 이상 이어지지 못하고 끝나게 하십니다.
눈이 침침하다는 것은 눈이 건강하지 못한 것입니다. 마음의 눈, 영적 눈이 침침하다면 건강하지 못한 것입니다. 건강하지 못한 눈으로는 사물을 확실하게 구별할 수 없듯이 건강하지 못한 마음의 눈은 무엇이 하느님의 뜻인지 구별하기가 힘듭니다. 엘리와 같이 잘못 판단하게 되는 것이지요. 그러한 마음의 눈이 건강하게 되는 길은 오직 예수님을 통해서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특별히 많은 마귀들을 쫓아내십니다. 마귀 들린 사람들이라고 하면 Exorcist 같은 영화에 나오는 모습을 생각 할 수 있지만, 마귀는 그렇게 보이는 곳에서 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활동합니다. 우리의 마음의 눈을 가리고 흐리게 만들어서 하느님을 알아볼 수 없도록 하는 것이지요. 요새는 모니터와 전화기 등 자극적인 것이 많기 때문에 젊은 사람들도 눈이 침침해집니다. 눈을 잘 관리하지 않으면 쉽게 시력을 잃을 수 있습니다. 그와 마찬가지로 우리의 영적 눈도 마귀에 의해서 쉽게 그 시력을 잃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잘 볼 수 없기 때문에 분별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더 깊은 죄로 빠져들고 마귀에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그런 마귀들을 손쉽게 쫓아 내십니다. 사람들이 당신을 찾아오자 그들을 치유해 주시고 마귀를 쫓아내 주십니다. 그래서 마음의 눈이 잘 볼 수 있고, 하느님의 뜻을 분별할 수 있기 위해서 주님께 가야 합니다. 기도하며, 가난한 이웃에게 베풀고 봉사하며 주님께 다가 갈 때 주님께서는 분명히 우리의 눈을 가리려고 하는 마귀를 쫓아내 주실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계신 곳에 마귀가 함께 머무를 수 없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한곳에 머무르지 않으시고 계속해서 다니시며 복음을 선포하시고 마귀를 쫓아내신 것을 보면 분명하게 주님께서는 그 누구도 빼놓지 않고 우리가 마귀의 손에서 해방되어 건강한 마음의 눈을 가지기를 원하시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예수님께 가서 청하면 됩니다. 예수님께 가면 성체 성사를 통해서 영적 눈이 건강해지는 영양분을 얻고, 고해 성사를 통해서 우리의 눈을 가리려고 하는 마귀를 쫓아내 주십니다.
우리의 눈이 안 좋아지는 것은 금방 알 수 있지만, 영적인 눈이 좋아지지 않는 것은 모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매일 성찰이 필요한 것입니다. 성찰을 통해 주님안에 머무르지 않으면 그날 한 일들이 주님을 통한 것인지 아니면 자신의 뜻을 내 세운 것인지 알 수 없게 됩니다. 그래서 마귀가 눈을 가리고 있다고 해도 알지 못하고 그냥 그대로 가는 것이지요. 매일 하루에 있었던 일을 돌아보는 성찰을 통해 마귀가 우리 안에 발을 붙일 수 없도록 주님안에서 감사하고 뉘우친 다면 다음 날은 더 주님과 가까이 머물며 살아가는 하루가 될 수 있을 것이고, 건강한 마음의 눈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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