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당신께 와서 도움을 청하는 나병 환자를 가엾게 여기십니다. 우리도 아마 그런 사람들을 보면 가여운 마음이 들 때가 있을 것입니다. 지금 전쟁으로 죽어가는 이들 중에, 특히 부모를 잃은 아이들의 모습이나 죽은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 정말 가엽고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그런데 가엽다는 그리스어 단어를 보면 정말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올라오는 감정을 말하고 있습니다. 불쌍하다고 생각하고 그냥 지나가는 깊이 없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라도 이 사람을 위해서 하고 싶은 그런 마음인 것이지요. 진정한 사랑인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해서는 안 되는 나병 환자에게 손을 대시며 그를 깨끗하게 해 주십니다. 나병환자를 만지면 같이 부정해지기 때문에 멀리 해야 하는 존재들이었습니다. 그래서 스스로 부정하다고 외치며 사람들이 가까이 오지 못하게 했어야 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이 나병환자는 부정하다고 외치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께 다가와 도움을 청한 것이지요. 예수님께는 누가 부정해서, 죄를 지어서 당신이 멀리 할 사람은 없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깊은 사랑에서 나오는 마음으로 다른 것은 따지지 않고 당신께서 자신을 깨끗하게 할 수 있다고 믿는 나병 환자를 치유해 주십니다. 하지만 그 사회의 눈에는 두 사람 다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한 것이기 때문에 예수님께서는 그에게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하신 것은 아닐까요? 고을로 들어가고 사람들에게 다가가 복음을 선포해야 하는데 당신이 나병환자에게 손을 댄 것을 알면 사람들이 부정하다고 하며 피할지도 모르는 일이었습니다.
그렇게 고을 밖 외딴 곳에 머무르시고 계셨지만 나병 환자의 말을 들은 이들은 예수님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사방에서 그분께 모여들었습니다. 몸을 치유해주시는 것만이 아니라 부정한 것도 깨끗하게 하시는 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자신이 부정하기 때문에 예수님께 가까이 갈 생각을 하지 못한 이들이 나병 환자의 말을 듣고 용기를 낸 것이 아닐까요?
지금 사회에 많은 이들이 그렇게 예수님께 가지 않는 것은 자신이 나병 환자 인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우리도 그들 중에 한명일 수도 있습니다. 사람들은 상상할 수 없는 깊은 사랑으로 한 명 한 명을 가엾게 여기시는 주님의 마음을 알지 못합니다. 그래서 주님이 필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믿지 않고, 믿는다고 하는 사람들도 많은 경우 형식적인 것에 머무르고 믿지 않는 사람과 별 다를 것이 없이 살아갑니다. 우리 모두에게는 예수님이 아니면 치유할 수 없는 죄가 있습니다. 그 죄가 아무리 작다고 해도 스스로 어떻게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주님께 갈 이유가 없겠지요. 치유 받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과 같이 몰려 가야 하는데 그러지 않습니다. 가기만 하면, 가서 청하기만 하면 모든 것을 용서해주시고 깨끗해질 수 있는데 가지 않습니다.
참으로 가여운 존재들입니다. 먹을 것이 없고 입을 것이 없어 서가 아니라 주님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데 그것을 잊고 죄에 빠져 주님과 그리고 형제 자매들과 떨어져 있기 때문이지요.
그러한 이들에게 우리도 나병 환자와 같이 기쁜 소식을 전해야 합니다. 삶의 어떤 상황에서도 하느님 안에서 희망을 가지고 기쁜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과 어떠한 죄에서도 해방될 수 있다는 것을 우리의 삶으로 보여줘야 합니다. 한 사람이라도 더 그런 모습이 될 수 있다면 주위에 형제 자매들이 그것을 보고 예수님께 몰려 가지 않을까요? 우리의 회심과 죄를 묻지 않고 용서하시는 한없이 깊은 주님의 사랑을 체험한 것을 보고 예수님을 찾지 않을까요?
그러한 예수님의 손길이 모든 형제 자매들에게 닿을 수 있도록 먼저 회개하며 나병환자와 같이 주님께서 나에게 하신 일을 통해 기쁜 소식을 전하는 그리스도인이 될 수 있도록 주님의 은총을 청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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