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제자 일흔 두 명을 당신께서 가시려는 모든 고을과 고장으로 둘씩 보내십니다. 하느님의 일은 개인의 일이 아니라 형제 자매들과 함께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생각해 보면 나와 함께 그 일을 할 형제 자매가 누구일까요? 여러분들은 아마 하느님께서 만일 나를 그렇게 보내신다면 누구하고 가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내 마음에 들고 나와 함께 일을 잘했던 사람들이 생각 나겠지요.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보내셨을 때 둘씩 파트너를 정해 주셨는지, 아니면 제자들이 알아서 했는지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아마 예수님께서 정해 주셨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70명이나 되는 제자들이 서로 함께 가고 싶은 사람을 찾는다는 것은 일을 복잡하게 만들 수 있고 마음 상하게 될 수 있는 것이지요.
그런데 우리가 이 세상에서 하느님의 일을 하는데 있어서 우리에게 주신 동반자는 어떤 특정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그 누구보다도 든든한 동반자가 있고 그 동반자는 바로 교회인 것이지요. 우리는 교회와 함께 이 세상에서 하느님의 일을 하는 것이지 따로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것이 아닙니다. 물론 교회는 하느님께서 현존하시는 곳이지만 사람이 모여 있는 곳이기 때문에 나약한 사람의 모습을 세상에서 보입니다. 그래서 크고 작은 잘못을 하는 완전하지 못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교회의 모습을 보고 어떤 이들은 나는 그런 완전하지 못한 동반자를 원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자신의 뜻이나 삶의 모습과 일치하지 않는다고 홀로 서기를 하려고 합니다. 교회가 완전하지 못해서 나의 동반자가 될 수 없다고 한다면 지금 여러분의 둘도 없는 친구들은 어떻습니까? 여러분의 남편이나 부인은 어떻습니까? 그들은 완전하기 때문에 세상에서 인생의 동반자라고 하면서 함께 길을 걷고 있는 가요? 아니면 완전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들과 함께 하는 삶을 원하지 않나요? 또한 그러한 우리 자신은 과연 누구에게 완전한 동반자 일까요?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아무것도 가지고 가지 말고 도중에 그들이 해야 하는 일에서 집중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하지 말라고 하시는 것은 먼저 그들은 자신들의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의 일을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 그 기준을 세워 주신 것이지요.
그와 같이 우리도 이 세상에서 그냥 자신의 삶만 잘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복음의 제자들과 같이 예수님께서 원하시는 대로, 원하시는 방법으로, 원하시는 모습으로 가서 내가 원하는 나라가 아닌, 하느님의 나라를 선포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길에 교회는 주님께서 세우신 모든 성사를 통해서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하신 다는 것을 분명하게 알려주고 힘을 주는 든든한 동반자인 것입니다.
이 세상에서 하느님의 나라를 선포하는 일은 많은 희생과 고통을 이겨내야 합니다. 그러한 어려움 안에서도 욥과 같이 하느님을 향한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 길은 든든하고 흔들리지 않는 동반자인 교회가 있다는 것을 알고 주님께 모든 것을 맡기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어떠한 상황에서도 우리는 혼자가 아닙니다. 두려워하지 말고 모든 것을 주님께 의지하는 그리스도인이 될 수 있도록 다 함께 기도하며 매 순간 주님의 말씀에 귀 기울여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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