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열왕기 상권의 말씀에서 다윗은 아들 솔로몬에게 주님의 길을 지키며 살아가도록 당부합니다. 하느님의 명령을 지키고 모세 법대로 하느님의 규정과 계명, 법규와 증언을 지키라고 합니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다음의 말입니다. 마음과 정성을 다하여 성실히 걸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윗이 당부하는 것은 우리가 교통 법규를 지키든 그냥 글자만 지키면 된다는 것이 아닙니다. 바로 하느님께서 솔로몬의 삶에 모든 것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마음이 이것저것으로 나누어져 있다면 어떻게 마음과 정성을 다할 수 있을까요? 그 길은 오직 하느님만 바라보는 길인 것입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솔로몬은 처음에는 아버지의 말 대로 하느님을 기쁘게 하며 나라를 하느님의 지혜로 다스리는 삶을 살았습니다. 그래서 그의 왕권이 튼튼해 졌다고 하지요. 하지만 나중에는 우상을 섬기며 하느님에게서 마음이 떠나갔기 때문에 더 이상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모습으로 살아가지 못했고 결국에 그의 아들 르호보암 대에서 나라가 갈라지게 되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을 파견하시면서 그들에게 아무것도 가지고 가지 말라고 하시며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알려 주십니다. 여행에 필수인 것들을 가지고 가지 말라고 하시는 것은 다윗이 솔로몬에게 한 말과 같이 그들이 하는 모든 것에 하느님이 모든 것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그들이 가는 고장에서 해야 하는 말과 행동도 마음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뜻대로 해야 한다고 알려 주시는 것이지요. 그래서 자세하게 알려 주십니다.
하느님이 모든 것이 되지 않는다면 어디에서 든 우리의 것이 보이게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것, 인간적인 것은 하느님의 사업을 하는데, 그리스도인의 삶을 살아가는데 아무런 힘이 없습니다. 그리스도인의 삶은 각자가 알아서 마음대로 적당히 살아가는 것이 아닙니다. 복음을 통해서, 교회의 가르침을 통해서 하느님께서는 그리스도인들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분명하게, 자세하게 알려 주셨습니다. 그리고 이 세상에서 그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그 모습대로 살아갈 수 있는 길은 하느님께서 나의 한 부분이 아니라 모든 것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한 하느님의 자리를 차지하려는 것은 이세상에 너무나도 많습니다. 하다못해 우리가 매일 쓰는 이 전화기도 점점 사람들의 삶의 모든 것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것만 가지고 많은 것을 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한시라도 전화기가 보이지 않거나, 잊어버리고 가지고 나오지 않으면 불안해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기도하지 않고, 미사를 빠지거나 하느님을 찾지 않아도 불안하지 않은데 세상의 것이 없으면 불안한 것이지요. 그렇다면 그 마음이 과연 어디에 가 있는 것일까요? 무엇이 내 삶의 주인일까요?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대하실 때 한 사람 한 사람을 당신의 모든 것으로 대하십니다. 그래서 단 한 사람을 위해서라도 예수님께서는 목숨을 내 놓으셨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간다고 하면서 하느님께서 나에게 모든 것이 아니라 마음이 사방으로 갈라져 있다면 결국에는 솔로몬과 같은 길을 걸을 수밖에 없습니다. 사도들과 같이 하느님을 위해서 모든 것을 바친다는 것은 꿈에도 생각 할 수 없는 것이지요.
하느님께 나 밖에 없듯이, 나도 하느님 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듯이 살아야 합니다. 그것이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모든 것이 되는 길입니다.
아빌라의 성녀 데레사가 하느님만으로 충분하다고 하셨듯이 우리도 그렇게 고백할 수 있도록 우리의 삶을 주님 안에서 변화시켜 나가야 합니다. 시간이 걸리고 많은 희생과 노력이 필요하고 때로는 잘못하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세상의 것에 의지하는 우리의 모습을 버리고 작은 것에서부터 하느님께 의지해 나간다면 결국 하느님께서는 모든 것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하느님께서 처음에 솔로몬을 보시고 기뻐하셨듯이 우리를 보시고 기뻐하실 것이고, 솔로몬과 같은 길을 가지 않고 사도들이 간 그 길을 우리도 걸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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