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주님 봉헌 축일이고 미사 시작 때 초를 축복했습니다. 여러분들이 기도할 때 사용할 초, 그리고 성당에서 전례 때 사용할 초를 축복하는 것은 단순히 형식적인 것이 아닙니다. 초는 언제나 어둠을 밝히는데 사용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분위기를 위해서 초를 태우는 경우가 많지요. 밝은 전기 불 빛보다 은근한 초의 불빛은 분위기를 돋구어 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축성된 초를 태우는 것은 단순히 기도하는 분위기를 위한 것이 아닙니다. 무엇보다도 먼저 그리스도의 빛을 상징하는 이 초를 켜며 우리의 마음을 주님의 빛으로 밝히기 위한 것입니다. 성탄 40일 후에 지내는 이 축일은 그래서 예수님께서 성전에 봉헌되며 죄의 어둠속에 있는 인간에게 빛으로 다가오신 구세주가 세상에 드러난 것을 기억하고 우리 모두가 죄의 어둠에서 벗어나 주님의 빛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초대 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오늘 복음에서 시메온은 예수님을 받아 안고 “다른 민족들에게는 계시의 빛이며 당신 백성 이스라엘에게는 영광입니다.” 라고 말합니다. 시메온은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주님의 빛을 보았습니다. 바로 예수님을 통해 드러난 구원의 빛인 것이지요. 물론 한나도 예수님을 알아보면서 어둠 속에서 빛을 보았습니다. 그래서 하느님께 감사드리며 그 아기에 대해서 모든 이들에게 말 할 수 있었던 것이지요.
그곳에 있던 다른 사람들이 알아보지 못한 빛을 알아본 두 사람은 어떻게 그것이 가능했을 까요? 바로 그들은 온전히 주님께 봉헌된 삶을 살았기 때문입니다. 빛이 없는 어둠 속에서도 절망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주님의 약속이 이루어지기를 기다리며 그 빛을 갈망했습니다. 아직 빛이 드러나지 않았지만 빛을 갈망했기 때문에, 주님의 약속을 믿었기 때문에 그들은 자신들의 삶을 온전히 하느님께 드릴 수 있었던 것이지요.
우리는 주변에 빛이 원하는 때에 항상 있고 밤에도 얼마든지 원하는 대로 비출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당연한 듯이 받아들입니다. 하지만 무너진 석탄 광산과 같은 곳에 갇혀 있는 이들은 빛이 없는 곳에서 얼마나 빛을 갈망할까요? 그러한 어둠속에 있다면 광부들은 구조대가 작은 불빛만 비춰도 희망을 보고 이제 살았다고 하며 기뻐할 수 있는 것이지요. 우리가 있는 세상의 어둠을 안다면 그렇게 우리 마음에 비추는 주님의 빛을 보고 광부들과 같이 기뻐하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 세상이 주님을 알아보지 못하는 것은 빛이 자신들의 삶에 비추고 있다는 착각 속에 살아가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더 가질 수록, 더 높이 올라 갈수록, 더 유명해질수록 더 밝은 빛이 자신을 비춘다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그렇게 세상에서 이루어 낸 모든 것이 빛을 내고 있기 때문에 모든 것이 잘 보인다고 착각하는 것이지요. 그렇게 인간이 만들어낸 빛은 세상을 밝게 비출 수 있어도 어둠속에 있는 마음을 비추지 못합니다. 세상의 빛으로 나아가 기뻐 보이던 이들 중에 많은 이들이 자살과, 마약과 다른 문란한 생활에 빠져 드는 것을 보기 힘들지 않습니다. 겉 모습은 휘황찬란해도 해도 마음이 어둠속에 갇혀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결국 그 어둠 속에 갇혀 아무것도 보이지 않기 때문에 헤어나지 못하는 것이지요.
예수님께서는 눈에 보이는 세상의 어둠이 아니라 우리 마음안에 있는 어둠을 당신 빛으로 밝히기 위해서 오셨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이 축복 된 초를 키는 것은 우리의 마음을 주님의 빛으로 밝히기 위한 것입니다. 우리의 어둠을 비추기 위해서 주님께서는 우리가 있는 어둠 속으로 들어오셨고, 시메온과 한나는 그 빛을 분명하게 봤기 때문에 온 마음을 다해서 주님께 감사드릴 수 있었던 것입니다. 우리도 그리스도인의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 주님의 빛을 세상에 많은 인공적인 빛 사이에서 알아봐야 하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 우리의 삶은 주님께 봉헌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주님께 온전히 봉헌된 삶을 살아갈 때 우리의 마음의 어둠을 밝힐 수 있는 분은 오직 그리스도라는 것을 알 수 있고 주님께서는 우리의 삶에 진정한 희망이 되는 것입니다.
세상의 어둠을 밝히기 위해 성전에 봉헌되신 예수님께서는 십자가에 높이 들어 올려지며 모든 이들을 당신의 빛으로 비추셨습니다. 우리가 기도하며 이 초를 켤 때 마다 주님의 사랑을 기억하며, 당신의 목숨을 내 놓은 그 사랑이 우리 마음을 당신의 빛으로 환히 밝히 도록 매순간을 주님께 봉헌하는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 노력하고 은총을 구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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