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복음에서는 두가지의 큰 기적들이 일어납니다. 하혈하는 여인이 나았고, 회당장 야이로의 딸이 죽음에서 다시 살아났습니다. 이 두 기적은 물론 하느님의 힘으로 이루어진 것이지만 예수님의 말씀대로 믿음의 힘이기도 합니다.
하혈하는 것 때문에 사람들에게서 떨어져 있어야 하는 부정한 여인이 군중들 사이로 들어가 예수님의 옷자락에 손을 댄 것은 큰 믿음이 없었다면 할 수 없는 선택이었습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 누가 당신께 손을 대었냐고 물으셨을 때, 당연히 제자들은 말이 안 되는 질문이라고 합니다. 사방에서 사람들이 예수님을 둘러싸고 밀치고 있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그렇게 예수님 주위에 계속해서 예수님과 닿았다고 해도 그들에게는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믿음이 그들을 예수님께 이끈 것이 아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누군가가 믿음으로 당신께 손을 대었기 때문에 예수님께서는 그것을 분명하게 아셨던 것이고, 먼저 그녀를 불러내시기 보다 그 여인이 직접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믿음의 증인이 될 수 있도록 하십니다. 그렇게 믿음은 사회에서 죽은 것과 다름없던 삶을 살아가던 여인이 새로운 생명을 얻도록 한 것입니다.
그 여인과의 만남 후에 예수님께서 가던 길을 계속 가시던 중 회당장의 딸이 이미 죽었다는 소식이 전해집니다. 아마 회당장 야이로의 마음은 그 소식을 듣고 큰 슬픔으로 차 올랐을 것입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그에게 “두려워 하지 말고 믿기만 하여라.” 고 말씀하십니다. 회당장이 예수님과 함께 오던 중 하혈하던 여인에게 일어난 일을 직접 보고 들었을 것이기 때문에, 예수님께서는 그에게 그 여인과 같은 믿음을 요구하십니다. 그리고 그 믿음을 통해서 죽었던 야이로의 딸을 살리십니다.
그렇게 예수님을 향한 믿음은 우리를 죽음에서 생명으로 이끕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믿음이 있는 곳에 죽음이 함께 있을 수 없습니다. 죄로 인한 죽음도 용기를 내서 믿음으로 예수님께 돌아선다면 생명을 얻을 수 있습니다. 야이로와 같이 사랑하는 사람을 세상의 죽음으로 잃는다고 해도 믿음은 그 사람이 죽은 것이 아니라 영원한 생명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며 희망으로 마음에 평화를 줍니다.
아이가 죽었다고 소란을 피우는 이들의 모습, 예수님을 비웃은 이들의 모습은 믿지 않는 이들의 모습입니다. 진정한 믿음이 없다면 우리가 아무리 성당을 나가고 기도한다고 해도 마음은 세상의 많은 일 안에서 시끄럽고 항상 소란이 일어날 수 밖에 없습니다. 지난 주말에 말씀드린 대로 걱정과 근심으로 마음이 가득해서 소란스럽다면 여인과 같은 믿음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우리가 성당에 오거나 기도할 때 만이 아니라 모든 일에서 믿음을 요구하십니다. 어떤 일도 두려워하지 말고 믿으라고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 그 이유는 바로 예수님께 생명이 있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상황을 잘 알던 여인이 주위 사람들을 두려워하지 않고 군중을 헤치고 자신이 나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예수님께 다가간 것과 같이 우리도 세상의 눈이나 사람들의 생각이 아니라 그리스도를 향한 믿음이 우리의 선택을 좌우하도록 해야 합니다. 세상을 향한 두려움 없이 그런 선택을 할 수 있다면 어떤 일이 우리에게 닥친다고 해도 예수님께서는 우리의 믿음을 보시고 그 믿음이 우리를 구원하였다고 말씀하실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