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과 함께 다니던 제자들이 논쟁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예수님과 함께 다닌다고 해서 인간의 나약함이 모두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는 장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때로는 사람들은 예수님을 따른다고 하면 모든 것이 완전하고, 죄 짓지 않고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사람을 생각하면서 그리스도인들이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비난하지만, 사실 우리는 나약한 존재이기 때문에 예수님과 함께 한다고 해서 죄의 유혹에 대한 경계를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예수님께 가까이 다가 가려고 할수록 죄의 유혹은 더 커지며 악마는 어떤 수를 써서라도 거룩한 삶을 방해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제자들은 그들 가운데 누가 가장 큰 사람이냐 하는 문제로 논쟁을 했고 어디에서나 먼저가 되려고 하는 인간의 모습인 것이지요. 그래서 오늘 야고보 사도의 말씀도 자신의 욕정을 채우려고 하는 인간의 모습, 세상과 친구가 되려고 하는 교만한 인간을 하느님과 적이 되게 한다고 하십니다.
그런데 사람의 모습은 야고보 사도 때나 지금이나 세상과 친구가 되려고 하는 모습입니다. 제자들의 논쟁도 세상과 친구가 되려고 하는 것에서 나오는 것이지요. 예수님께서는 당신을 낮추시고 인간이 되셨고, 죽음까지 가시려고 하는데 제자들은 낮출 줄 모르고 올라서려고만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그와 같이 알게 모르게 세상의 친구가 되어 있으면 우리의 기도는 어떤 모양을 하고 있더라도 결국에는 자신을 향하는 것입니다. 야고보 사도의 말씀대로 자신의 욕정을 채우기 위한 기도를 아무리 해도 하느님께서는 들어주시지 않는 것입니다.
세상의 친구로 살아가지 않기 위해서는 야고보 사도의 말씀과 오늘 복음에 예수님의 말씀대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을 낮추는 겸손입니다. 내가 언제나 모든 것이 아니라 하느님과 이웃이 나의 모든 것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겸손은 단순히 무엇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과 같이 낮춤으로서 자신을 내어주며 사랑하는 것입니다. 사랑 없는 겸손은 진정한 겸손이 아닙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 모두가 큰 사람이 되기를 원하십니다. 우리가 꼴찌가 되는 것을 원하시지 않습니다. 하지만 큰 사람이 되는 길은 세상의 길과 다르다는 것을 분명하게 말씀하십니다. 그것은 우리의 힘이 아니라 주님께서 하시는 일입니다. 그래서 낮춤으로 형제 자매가 먼저가 되고 자신이 꼴찌가 되고 종이 된다면 그 사람이야 말로 세상과 친구가 아니라 주님과 친구 이며 주님께서는 당신의 친구를 가장 높은 곳으로 들어 올려 주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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