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사도행전에서 바리사이인 가말리엘의 말을 잘 들어 보면 역시 사도 바오로의 스승이 될 만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사도 바오로는 회심 후에 스승과 다른 길을 갔지만 사도의 근본적인 모습에서는 스승의 영향이 아예 없다고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아무튼 가말리엘은 모든 것을 바로 보기 위해서 신중하자고 말합니다. 급하게, 인간의 감정으로 사도들을 대하지 말고 하느님의 뜻이 어디에 있는지 보자고 하는 것이지요. 그의 말 대로 하느님의 뜻이라면 사람이 어떻게 막을 수 없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저도 사목을 하다 보면 결정해야 하는 것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리고 신중하게 해야 하고 하느님의 뜻을 기다려야 하는 것도 많은데 어떤 때는 빨리 급하게 결정을 하고 하다가 생각대로 잘 안 돼서 실수하기도 하고 후회한 적도 있었습니다. 아마 여러분들도 많이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가 하는 많은 결정들, 크고 작은 일들 안에서 과연 얼마나 많이 우리가 하느님의 뜻을 기다리고 인내할 까요?
오늘 복음에서 많은 군중들이 예수님을 따라왔고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저 사람들이 먹을 빵을 어디서 살 수 있을지 물어보십니다. 장정만 오천 명쯤 되는 많은 숫자였지요. 아마 지금도 외딴 곳에서 갑자기 그 많은 사람들을 먹인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아무튼 제자들은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아이가 있다고 했지만 한마디로 불가능하다고 예수님께 대답한 것이지요. 지극히 인간적인 반응인 것입니다. 우리가 그 자리에 있었다고 해도 아마 불 가능하다는 생각 외에 별 다른 방법은 없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 기적을 생각하며 하느님께 가서 우리가 하지 못하는 것,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만 매달리지는 않는지 성찰해 봐야 합니다. 자신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내가 생각하는 방법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들은 다 자신의 뜻대로 하고, 안 되는 것이 있으니까 가서 하느님께 손을 내미는 것이지요. 과연 그것이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바라시는 것일까요?
우리는 모든 것에서 하느님의 뜻을 찾고 기다릴 줄 알아야 합니다. 자신이 항상 해 왔던 것이라고 해도 언제나 하느님의 뜻을 찾아야 합니다. 우리 삶의 모든 것이 주님의 것이기 때문이고, 나의 것과 주님의 것을 나눌 수 없기 때문입니다. 어떤 것은 내마음대로 하고 어떤 것은 하느님의 뜻에 따르겠다고 하는 것은 그리스도인의 삶이 될 수 없습니다. 그러한 삶 안에 있는 계획이나 활동은 가말리엘의 말 대로 사람에게서 나왔기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없어지게 됩니다. 하지만 인내하며 찾고 따르는 하느님의 일이라면 오천명을 먹이신 기적과 같은 기적이 삶에서 일어날 수 있고 아무도 하느님께서 우리를 통해서 하시는 일을 막지 못할 것입니다.
우리가 선택하고 원하는 일을 주님께서 축복해주시기를 청하기 보다, 주님께서 하시는 일을 알아보고 동참할 수 있는 그리스도인이 될 수 있도록 기도하며 말씀안에 머무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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