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떠한 공동체도 그 구성원들 사이에 문제가 없을 수 없습니다. 성인들이 살았던 수도 공동체들도 항상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한편으로 보면 어쩔 수 없는 인간의 나약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나약함은 이겨 낼 수 있습니다. 내 형제 자매가 사랑받을 만한 사람이 못되어도, 심지어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대로 원수도 우리가 하려고 한다면 사랑할 수 있습니다. 우리 같은 죄인 도 사랑하시는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형제 자매들과 평화를 이루며 살아갈 수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많은 경우 우리가 하려고 하지 않는 다는 것입니다. 아예 그런 생각조차 하지 않는 것이지요. 상대 방이 잘못한 것과, 자신이 받은 상처만 바라보며 용서와 사랑이라는 단어조차 떠올리지 못할 때도 있을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분명히 말씀하십니다. 자기를 사랑하는 이들, 자기에게 잘해주는 이들만 사랑하고 잘해준다면 그것은 죄인들도, 악인들도 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하느님으로부터 아무런 인정도 받지 못한다는 것이지요. 남이 하는 것 밖에 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우리가 스스로를 예수님을 따르는 그리스도인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우리가 어디가 이쁘고 사랑스러워서, 무엇을 잘해서 아버지께서 사랑하시는 것일까요? 우리가 할 수 있는 그 어느 것도 아버지의 사랑과 용서를 얻어 낼 수 없습니다. 우리가 아무리 악해도 우리를 사랑하시는 것은 아버지의 자유로운 의지 인 것입니다.
그래서 형제 자매들을 용서하는 것, 그들이 어떠한 모습이라도 사랑하는 것은 자신의 의지이지 느낌이 아닙니다. 많은 경우 사람들은 내가 누구를 용서하고 사랑하면 어떤 느낌이 오는 것과 같이 생각합니다. 내 마음이 편하고 상처가 아물어야 한다고 생각할 때가 있습니다. 만일 그렇다면 그 누구도 이웃을 용서하지 못하고 사랑하지 못할 것입니다. 내 마음이 편해지고 상처가 아무는 것이 먼저가 아니라 조건 없는 용서와 사랑이 먼저입니다. 그래서 자신이 받은 상처로 인해서 아프고 마음이 편하지 않다고 해도 치유로 가는 길은 먼저 사랑하고 용서하는 그리스도의 모습을 닮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십자가에서 내려오셔서 상처가 다 아물고 나서 당신을 못 박은 이들을 용서하신 것이 아니라 십자가 위에서 하셨습니다. 견디기 힘든 고통 중에서 원수를 사랑하셨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십자가에 못박혀 죽는 것도 아닌데 때로는 조금만 참고 용서하고 양보하면 되는 것을 가지고 다투며 상처를 주고받습니다. 또 자신은 상처를 주고 미워하면서 다른 사람이 그렇게 하면 난리가 나지요. 정말 예수님께 돌아가지 않으면 우리는 미움 속에서 온갖 상처를 안고 살아갈 수밖에 없고 그 길은 결국 멸망으로 가는 길입니다.
그러므로 먼저 용서하고 단죄하지 않으며 심판하지 말아야 합니다. 할 수 없다고 하지 말고 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나 같은 죄인도 사랑하시는 아버지의 사랑을 조금이라도 안 다면 이웃을 용서하지 않거나 사랑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다면 아무리 아버지의 사랑을 말해도 우리는 그 사랑을 알지 못하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가 베푸는 이상으로 받을 것이라고 분명히 말씀하십니다. 그러므로 우리에게 주시려는 그 큰 상을 걷어 차는 어리석은 사람이 되지 않도록 아프고 힘들어도 먼저 사랑하는 그리스도인이 되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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