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는 마리아를 찾아와서 주님께서 함께 하시니 기뻐하라고 하며 두려워하지 말라고 합니다. 기쁨과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생각해 보면 함께 갈 수 없는 것 같지만 아마 처음 아이를 가지는 엄마들의 마음이 그렇지 않을까요? 아이를 가졌다는 큰 기쁨도 있지만, 엄마가 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 나약한 한 생명을 책임져야 하는 두려움 또한 있을 것입니다. 여기 계신 어머니들은 그러한 감정들을 경험을 해 보셨겠지요.
그러한 기쁨과 두려움은 어머니들만 아니라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살아가면서 느끼는 감정일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다는 것을 믿고 확신한다면 분명히 큰 기쁨이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리스도인으로 이 세상에서 살아가는데 따르는 두려움 또한 있습니다. 그리스도인의 삶은 그냥 자기 할 일만 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이 세상에서 주님의 제자로 살아가야 하고 그에 따르는 의무가 있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어떤 때는 두려움이 기쁨보다 더 클 때도 분명히 있고, 또 기쁨안에서 두려움을 잊고 살아갈 때도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물론 우리는 그리스도인의 삶을 두려워해야 하지 않지만, 두려워한다는 것이 나쁜 것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천사가 마리아에게 두려워하지 말라고 하지만 과연 마리아가 그 후로 두려운 감정을 전혀 느끼지 않았을까요? 아이를 낳아야 하는데 머물 곳을 찾지 못하면서 두렵지 않았을까요? 헤로데가 아기를 죽이려고 해서 이집트로 피난을 가야 하는데 두렵지 않았을까요? 아들의 십자가 길에서 함께 걸으시면서 아무런 두려움이 없었을까요? 두려움이 있었을 것이지만, 믿지 않는 사람들과 다른 것은 그 두려움이 하느님을 향한 믿음, 신뢰의 디딤돌이 되도록 한 것입니다.
세상에 많은 사람들은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어떻게 할 줄 모릅니다. 물론 두려움에 크기도 다르겠지만 해야 할 일을 잘 하지 못하도록 몸과 마음이 얼어 버리게 만들기도 합니다. 두려움 때문에 해야 하는 것을 피하기도 할 것입니다. 두려움 때문에 사람에게 의지하며 사람의 힘으로 이겨 내려고 합니다.
그리스도인들도 그러한 두려움에 인간적으로 잠시 움츠러들 수 있지만 성모님의 모습과 같이 하느님의 뜻에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라고 대답하며 두려움을 주님을 향한 믿음으로 나아가는 강한 스프링 보드가 되게 할 수 있습니다. 주님을 향한 신뢰로 어떠한 상황에서 라도 주님의 뜻을 받아들이고 아무리 인간적으로 불가능해 보이는 일이라고 해도 주님께는 불가능한 것이 없다는 것을 믿는 것이지요. 아무리 깊은 구렁텅이라고 해도 주님께서는 우리를 건져 주실 수 있다는 것을 믿어야 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믿을 수 있는 이유는 히브리서에서 말한대로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몸을 제물로 바치셨고, 그 희생으로 우리가 거룩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하느님께서는 당신께서 거룩하게 하신 사람을 돌보시기 때문입니다.
성모님께서는 예수님을 잉태하시고 아홉달이라는 시간을 모든 것을 다한 사랑으로 기도하며 주님의 뜻이 이루어지는 것을 기다리셨습니다. 당신의 뜻대로 해달라고 하느님께 보채지 않고, 원하는 대로 하려고 하지 않고, 더 나은 길을 찾으려고 하지 않고 침묵하며 하느님의 아들, 메시아를 기다리셨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인내하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두렵기 때문에 낙태를 선택하는 어머니들 과 같이 하느님을 기다리지 못하고 두려움에 믿음을 낙태해 버리려고 합니다. 그러므로 어머니께 우리가 고통속에서 희망이 보이지 않을 때도 인내하며 주님의 뜻을 기다릴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를 청해야 하겠습니다. 또한 지금 낙태를 결심하고 있는 어머니들이 두려워하지 않고 생명을 선택할 수 있도록 기도해야 합니다.
우리는 성모님의 모범대로 주님의 사랑안에서 침묵하며 조용히 머물러야 합니다. 물론 우리가 조용히 머문다고 해서 우리의 삶이 원하는 방향이나 문제가 없는 조용한 삶이 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어떠한 어려움이나 유혹 앞에서도 주님께 의지하며 당신께서 약속하신 것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믿음으로 기다린다면, 때가 되었을 때 주님께서는 더 없이 큰 기쁨으로 우리의 영혼을 채워 주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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