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여러분에게 먹다 남은 음식이나 과자 부스러기를 먹으라고 준다면 어떨까요? 좋다고 감사하다고 하면서 받아먹을 사람이 있을까요? 어떤 때는 신앙 생활 안에서도 다른 형제 자매는 하느님께서 큰 선물을 주시고 은총을 많이 주시는 것 같은데 자신은 정작 아무것도 받지 못하는 것 같거나 부스러기 같이 작은 것만 받는다고 생각하며 불평을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입니다. 누구나 남들 받는 만큼이나 아니면 그 이상을 바라지 부스러기를 원하지 않습니다.
물론 하느님의 은총에는 다른 사람에게 주고 남은 부스러기라는 것은 없습니다. 하지만 만일 하느님의 은총이 부스러기가 있다고 해도, 그 부스러기는 세상의 어떤 것 보다도 우리 삶을 충만하게 채울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성체를 받아 모실 때 온전한 상태의 성체나 미사 중에 성체를 쪼갤 때 나오는 작은 조각이나 예수님의 몸이고 예수님의 현존이라는 것은 같은 것이지요. 그래서 작은 조각을 받아먹어도 똑 같은 은총이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오늘 복음에서 이교도이면서도 예수님을 찾아온 이 부인은 하느님의 은총에 관해 그러한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부스러기라도 기꺼이 받아먹겠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그러한 겸손과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딸이 나을 수 있었던 것이지요.
솔로몬은 부스러기가 아니라 정말 누구보다도 크게 드러난 하느님의 은총안에서 모든 것을 누리며 살았습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고 판단이 흐려지며 하느님에게서 돌아섭니다. 하느님께서는 두 번이나 나타나셨다고 하지만 솔로몬은 아내들의 말에 귀 기울이며 하느님의 명령을 듣지 않고 지키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 대가를 치르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하느님의 은총이 자녀들이 먹는 좋은 음식과 같든, 아니면 이교도 부인이 말하던 부스러기와 같든, 중요한 것은 은총을 알아볼 수 있어야 하는 것이지요. 알아보지 못한다면 솔로몬과 같이 아무리 크게 드러난 은총도 그가 믿을 수 있도록 할 수 없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은총을 우리 삶 안에서 알아볼 수 있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자신은 하느님의 은총을 받을 자격이 없다는 것을 아는 것입니다. 자신이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어느 정도 눈높이를 맞춰 놓고 그에 합당한 은총을 받아야 한다고 믿는다면 절대 주님의 은총안에서 살아 갈 수 없습니다. 알아보지 못하는데 삶에서 살아갈 수 없는 것이지요. 그래서 이교도 부인과 같이 부스러기라도 충분하다는 겸손한 마음이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러한 겸손함이 믿음이 흔들리지 않도록 하는 가장 확고한 받침이고 하느님의 은총이 어떠한 모습으로 드러나든 감사하며 마음이 하느님을 향해 온전히 열려 있는 삶을 살아 갈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믿음이 이교도 부인의 딸에게서 마귀가 나가게 한 것과 같이 우리의 삶에서도 주님의 은총은 죄 안에 있는 삶도 변화 시키고 마귀가 나가도록 할 것이고, 솔로몬과 같이 모든 것을 잃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을 얻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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