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극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임금의 어머니가 나올 때가 있습니다. 모후의 모습은 언제나 그 자리에 맞는 예복을 갖춰 입고서 다른 사람들과 만나고 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입고 있는 그 옷이 그 사람의 신분을 나타내는 것이기도 하지요. 그러한 아름다운 궁중 예복을 갖춰 입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지만 때로는 그 마음은 지저분하고, 미움과 복수, 두려움 등으로 가득 차 있는 경우도 볼 수 있습니다. 겉만 아름다울 뿐 속은 어두움으로 가득한 것이지요.
오늘 우리는 복되신 동정 마리아 모후 기념일을 지냅니다. 어머니께서는 그 누구보다도, 어떤 임금의 어머니보다도 더 아름다운 예복을 갖춰 입고 계십니다. 그러나 그 아름다움은 겉모습만이 아니라 온 세상의 임금이신 아드님과 완전히 일치하시며 우리를 사랑하시는 내적 아름다움에서 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내적 아름다움은 겉에 입고 계시던 옷이 보잘 것 없던 세상의 삶에서도 한 없이 지극한 겸손으로 주님의 뜻에 순종하며 항상 간직하고 계셨던 것이지요.
지난 휴가에 스페인에 톨로도 대 성당에서 성모 승천 대축일 행사하는 것에 참여 했었는데, 그 날은 스페인의 공휴일이기도 하지만 정말 온 동네 사람들, 일가 친척들이 다 함께 대 성당으로 모여드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행사 내용에 대해서 잠깐 읽어 보니까, 그날은 사람들이 일요일 예복을 갖춰 입고 모여서 미사와 행사에 참여한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반팔에 반바지 입고 있던 사람들은 아마 관광객들 밖에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예복을 차려 입고 모이지만 유럽의 모습이 현재 그렇듯이 아마 많은 이들은 믿음 때문이 아니라 전통에 따라 그렇게 해 왔고, 부모나 조부모가 그렇게 하길 원하기 때문에 참여하는 이들도 상당히 많았을 것입니다. 겉 모습은 예복을 잘 차려 입었지만, 하느님을 향한 열정이나 사랑은 이미 다 식어 버린 것이지요. 하느님의 초대에 응답하지 않는 사람들의 모습인 것이지요.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겉 모습을 보지 않으신다는 것은 이미 잘 알고 있습니다. 사울을 대신할 사람에게 기름 붓기 위해 다윗의 집안을 찾아 갔던 사무엘에게 하느님께서는 당신은 사람들과 같이 겉모습을 보고 판단하지 않는다고 하시지요. 그래서 진정한 예복을 갖춰 입어야 하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그러나 하느님께는 숨길 수 없는 우리의 마음입니다. 하느님의 잔치에 초대받은 우리는 어머니와 같이 내면의 아름다움으로 예복을 갖춰 입고 주님의 잔치에 가야 하는 것입니다. 주님을 사랑하는 열정, 이웃을 사랑하는 겸손한 마음이 하느님의 잔치에 들어가기에 합당한 예복이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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