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복음에서 마귀의 영이 들린 사람은 예수님을 보고 ‘아! 나자렛 사람 예수님, 당신께서 저희와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하고 소리를 지릅니다. 그 사람이 아니라 그 안에 마귀가 예수님께 상관하지 말라고 하는 것이지요.
사람들도 서로에게 그런 말을 쓸 때가 있습니다. 특히 자녀들이 사춘기가 되었거나 아니면 자신의 삶을 선택해서 살아갈 수 있을 때 부모들이 간섭한다고 생각하며 상관하지 말라는 식으로 말하기도 합니다. 부모이기 때문에 자녀가 나이가 많아지는 것이 걱정이 되어서 빨리 배우자를 찾아서 결혼 했으면 좋겠다 거나, 미사에 안 나가고 신앙생활을 하지 않는 자녀에게 성당에 나가라고 한다 거나, 등 여러가지 이유로 사랑에 의해서 말을 하고 권유를 하고 하지만 가끔 자녀들에게 상관하지 말라는 상처가 되는 말을 들을 수도 있습니다. 공동체 안에서 형제 자매들 사이에서도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고, 친구들 사이에서도 그럴 수 있습니다. 자꾸 내 일에 끼어들거나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하면서 귀찮게 하는 사람이 있으면 알아서 할 테니까 상관하지 말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물론 그 말은 조심해야 합니다. 상대방이 정말 나를 생각해서, 사랑하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는데 상관하지 말라고 해버리면 마음에 상처를 주기도 하고 서먹서먹한 관계가 될 수도 있는 것이지요.
그런데 우리는 마귀 들린 사람이 한 말과 같이 하느님께도 그렇게 말할 때가 있을 것입니다. 그리스도인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한다고 알려주는 교회의 목소리나, 하느님께 나를 이끌어주려고 하는 형제 자매들의 목소리, 즉 하느님의 목소리를 듣고 무슨 상관이냐, 상관하지 말라고 하는 것입니다. 물론 말로 그렇지 않아도 행동이나 표현 등 다른 모습으로 그렇게 하기도 합니다.
우리는 세례를 받고 아버지의 자녀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과연 하느님께 우리 일에 상관하지 마시라고 할 수 있을까요? 당신이 나와 무슨 상관이 있냐고 할 수 있을까요? 완전하지 못한 지상의 부모님에게도 그렇게 말하는 것은 불효인데, 완전한 사랑이신 하느님,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해서 아드님을 내어 주신 하느님에게 당신은 내 삶에 상관할 자격이 없다고 한다면, 그것은 바로 복음에서 와 같이 내 안에 마귀가 하는 말입니다. 마귀나 내 삶에 더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하느님께 무슨 상관이 있냐고 말할 수 있는 것입니다.
성 대 그레고리오 교황은 수도자의 삶을 원했고 교황의 자리를 원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가 교황으로 선출되었을 때 당신과 상관없는 일이라고 하며 거절하지 않고 하느님의 뜻으로 받아들였습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직접 가난한 이들과 함께 하시며 가난한 이들을 존중하는 교회가 되도록 노력을 하셨고 더 많은 이들을 예수님께 인도하는 선교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셨습니다. 당신을 선택하신 하느님께 상관하지 말라고 하지 않고 순종하셨기 때문에 주님께서는 그를 통해서 교회가 당신의 모습이 될 수 있도록 하셨습니다.
하느님께서는 그렇게 우리가 원하지 않는 삶으로 초대하실 수 있습니다. 그럴 때 상관하지 말라고 하며 자신의 삶을 선택하는 것보다 희생과 순종으로 주님의 뜻을 따를 때 성 대 그레고리오 교황님과 같이 주님께서는 모든 이들의 구원 사업에 우리가 참여 할 수 있도록 하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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