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보면 누가 물어보는 것이나 해달라고 요청하는 것을 바로 대답하거나 하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확실한 대답을 찾기 위해서 그럴 때도 있고, 결정하기 어려운 일일 때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물론 확신이 있는 것은 바로 답하고 할 수 있지만 확신이 없는 것은 그렇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아마 여러분들도 마찬가지 일 것입니다. 물론 사람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우리가 확신이 없는 것에 대해서는 바로 응답하지 못할 때가 있을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목자들은 서둘러 주님께서 알려주신 일을 보러 베들레헴으로 갑니다. 주님께서 말씀하신 것에 대한 응답을 바로 한 것이지요. 아마 다 이해하지 못하고 정확하게 무슨 일인지 알지 못했겠지만 그들에게는 분명히 큰 일이 일어났다는 것에 대한 확신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뜸들이지 않고, 기다리지 않고 바로 주님께서 말씀하신 곳을 달려 갑니다. 성모님께서도 마찬가지 입니다. 천사가 당신을 찾아 왔을 때 성모님께서는 망설이거나, 뜸을 들이거나,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하며 결정을 미루지 않습니다. 어머니께는 이것이 주님의 뜻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바로 주님의 말씀대로 이루어지기를 바란다고 하며 응답하신 것이지요.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그러한 응답을 원하십니다. 물론 세상에 살다 보면 신중하게, 생각해보고 해야 하는 일들도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하느님의 뜻이라는 확신이 있다면 그때는 망설임 없이 움직여야 합니다. 주님의 뜻을 이루기 위해서 응답해야 하는 것이지요. 그렇게 응답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주님의 말씀에 대한 확신이 없는 것이고, 확신이 없는 것은 주님의 말씀을 분별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어머니께서 목자들의 말을 들으시고 그 모든 일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곰곰이 되새겼다는 것은 확신이 없어서 대답하지 못하신 것이 아니라, 그 자체가 응답인 것입니다. 침묵 중에 주님안에 머무르는 것이기 때문이지요. 세상 사람들이 그렇게 한다면 보통 계산을 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무엇이 가장 자신에게 좋은 대답인지, 어떻게 해야 자신의 뜻대로 될 수 있는 것인지 계산을 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어머니께서는 계산이 아니라 침묵을 통해서 아버지의 마음안으로 더 깊이 들어가시는 것입니다. 그곳에서 만 진정한 주님의 마음을 알 수 있기 때문이지요. 우리가 서로의 마음을 잘 알 수 없는 것은 그들의 마음속으로 들어갈 수 없기 때문일 것입니다. 상대방이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기 전까지, 마음안으로 초대하기 전 까지는 알 수 없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내리시는 은총은 당신의 마음안으로의 초대입니다. 은총을 보통 우리는 어떤 일을 해 낼 수 있는 어떤 에너지나 무슨 느낌이나 그런 걸로 생각 할 수 있는데, 은총은 말씀드린 대로 하느님께서 당신의 삶안으로 들어오라는 초대 입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마음을 감추려 할 때가 많지만, 하느님께서는 언제나 우리에게 열려 계신 분입니다. 그래서 하느님의 마음을 알 수 없다면 우리가 들어가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지요. 망설이고 계산하며 확신이 서지 않거나 자신에게 세상에서 가장 이득이 되는 것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그러한 계산을 하면 우리는 성모님의 모습을 닮을 수 없습니다. 자신을 온전히 내어 놓고 버려야 하는 삶을 살아가도록 초대 받았으면서도 그렇게 할 수 없게 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주님을 만날 수 없습니다. 목자들은 다 내려놓고 서둘러 달려 갔기 때문에 예수님을 만났습니다. 성모님께서도 당신의 삶을 내려 놓고 하느님의 뜻에 순종했기 때문에 예수님을 만났습니다. 예수님을 만나기 위해서 계산하지 않고, 재지 않고 망설임 없이 서둘러 움직일 수 있는 그리스도인이 될 수 있도록, 작은 것에서부터 우리를 부르시는 주님께 응답할 수 있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성모님께 전구를 청하며 미사를 봉헌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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