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자헌 기념일, 즉 성모님께서 아기일 때 부모님에 의해서 성전에서 하느님께 봉헌된 날을 기억하는 날입니다.
주위에 그런 분들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어떤 부모님들은 그렇게 아이들을 하느님께 봉헌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태어나기 전이나 잉태되기 전부터 여러가지 이유로 하느님께 매달리면서 아이를 하느님께 봉헌한다는 약속을 하기도 하지요. 그런데 아마 그 아이가 건강하고 잘 먹고 잘 살게 해달라고 하느님께 봉헌하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성모님께서 부모이신 성 안나와 성 요아킴에 의해서 하느님께 봉헌되신 것은, 앞으로 어떤 일이 있을 지 몰랐지만 그 부모님은 하느님께서 주신 아기이기 때문에 하느님의 뜻에 그 아기를 맞긴 것이지요. 하느님께서 뜻하시는 대로 쓰시라고, 하느님 것이라고 하며 봉헌하셨을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그러한 부모님의 봉헌을 받아들이셔서 이미 잉태되기 전부터 당신의 구원 계획에 한 인간으로서는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기셨습니다. 원죄 없이 잉태되셨고 성령의 배필로서 우리의 구세주를 낳으신 것입니다.
말씀드린 대로 믿음으로 살아가는 부모님들은 때로는 아이들을 하느님께 봉헌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모든 것을 하느님께 온전히 맡겨야 합니다. 봉헌한다고 했으면서 계속해서 부모가 아이의 앞날이나 살아가는 모습을 결정하려고 한다면 그것이 어떻게 봉헌된 삶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또한 우리도 자신의 삶을 봉헌한다고 봉헌 기도도 하고 예식도 하지만 과연 하느님의 손에 자신을 온전히 맡기고 있는 가요? 사실 우리 모두가, 모든 그리스도인은 하느님께 봉헌된 삶을 살아야 합니다. 세례 때 이미 우리는 하느님께 봉헌된 사람들이기 때문이지요. 물론 세상을 떠나는 것이 아니지만 세상안에서 살아가면서도 하느님의 뜻이 우리 삶에 가장 우선이 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온전히 모든 것을 하느님께 봉헌하신 성모님과 달리 우리는 계속해서 자신의 삶을 살아가려는 노력을 합니다. 하느님의 뜻 보다 자신의 뜻을 먼저 내 세우면서 많은 변명들을 하는 것이지요.
성모님께서 자신을 온전히 주님께 드리셨을 때, 당신의 삶은 평탄치 않았고 항상 편하고 즐겁지 않았습니다. 어려움과 극심한 고통이 있는 십자가의 길을 걸으셨지만 하느님의 뜻이었기 때문에 기쁘게 모든 것을 받아들이실 수 있었던 것입니다. 온전히 봉헌하셨기 때문에 아무리 고통스럽고 세상의 눈으로 좋지 않다고 보이는 것도 다 받아들이신 것입니다.
즈카르야 예언서의 말씀 대로 하느님께서는 우리 가운데 머무르고 계십니다. 우리 각자의 삶에 가운데 계십니다. 그러한 하느님을 무시하지 않고 주님과 하나되어 진정으로 봉헌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이 미사를 통해서 다시 한번 우리의 봉헌을 새롭게 하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의 어머니신 성모님께 당신과 같이 주님만을 바라보며 살아갈 수 있도록 이끌어 주시기를 청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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