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복음은 예수님을 알아본 시메온이라는 사람은 이스라엘이 위로 받을 때를 기다리는 이였다고 말합니다. 더군다나 그에게는 성령께서 그리스도를 뵙기 전에는 죽지 않을 것이라고 알려 주셨다고 하니 나이가 점점 들어가면서 죽을 때가 가까이 올수록 그 기다림이 더 간절했을 것입니다. 그래도 그는 하느님의 말씀을 의심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믿었기 때문에 그리스도를 받아 안을 수 있는 큰 영광을 누리게 된 것이지요.
우리는 살아가면서 삶의 여러 부분에서 기다리는 시간이 많이 있습니다. 그리고 기다려야 한다는 것은 보통 자신이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일 때가 대부분입니다. 학생이 대학 입학 통지서를 기다리는 것도 일단 신청을 한 상태에서는 기다릴 수밖에 할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요새 같이 새 차를 사도 빨리 나오지 않고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자신이 가서 차를 만들어 올 수도 없기 때문에 기다리는 것 외에는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밥이 되는 것도 기다리기 싫다고 밥통을 도중에 열수도 없기 때문에 밥통이 밥을 다 할 때까지 기다리는 것 밖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지금 같이 온 사방에 도로 공사를 해서 길이 막히면 아무리 답답하고 급해도 기다리는 수밖에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그 밖에도 아마 많은 예를 생각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세상의 많은 기다림 들은 우리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언젠가는 끝에 다다르게 됩니다. 우리가 어떤 삶을 살아가든, 어떤 선택을 하든 기다림의 결과에는 그리 상관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하느님을 기다리는 것은 다릅니다. 시메온이 메시아를 기다리며 살아온 모습은 그냥 그 시대에 맞게 아무렇게 살아온 것이 아니라, 의롭고 독실한, 하느님을 향해 살아가는 모습이었습니다. 기다리고 있는 분이 오시는 방향을 향해 삶의 모든 것을 돌려 놓고 있었던 것이지, 다른 데를 바라보다가 갑자기 나타난 예수님, 기다림의 끝이라는 것을 알아본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그는 예수님이 누구인지, 어떤 분인지 알아봤을 뿐만 아니라 성모님을 향해 그리고 예수님께서 어떤 일을 겪게 될지, 하느님의 뜻을 알려 준 것이지요.
그리스도인의 삶도 시메온과 같은 기다림의 삶입니다. 그리고 어떤 모습으로 기다리고 있는지는 중요합니다. 많은 이들은 아예 그런 기다림도 없고, 예수님께서 다시 오시는 것에 대한 아무런 생각이나 준비도 없이 자신이 원하는 일에 집중해서 살아갑니다. 오히려 예수님께서 사람들이 당신께 다가오기를 간절히 기다리고 계시는데 대부분 그냥 무시하고 자신의 삶만 살아가는 것이지요.
이미 예수님께서는 한번 오셨고, 다시 오심은 세상의 끝이기 때문에 아기의 모습이나 사람들에게 숨겨져 있는 모습으로 오시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알아볼 수 있는 모습으로 오실 것입니다. 하지만 시메온의 기다림과 달리 예수님께서는 우리의 삶에서 항상 우리를 만나러 오십니다. 형제 자매들을 통해서, 기도를 통해서 그리고 삶에 일어나는 많은 일들 안에서 예수님께서는 우리를 만나러 오십니다. 하지만 예수님을 향한 기다림이 없을 때 우리는 그 예수님을 알아볼 수 없습니다.
그 기다림에 중심에는 형제 자매들을 향한 사랑이 있습니다. 요한 1서의 말씀에서 자기 형제를 사랑하는 사람은 빛 속에 머무른다고 분명히 말하고 있습니다. 하느님의 빛 속에 머무는 사람은 형제 자매들 안에 계신 예수님을 알아보기 때문에, 예수님께서 영광 안에 다시 오실 때 두려워하지 않고 아기 예수님을 받아 안은 시메온과 같이 기뻐 할 수 있는 것이지요. 하지만 형제 자매들을 미워하는 사람은 어둠 속에 있으며 어디로 가는지 모른다고 합니다. 어둠이 눈을 멀게 해서 형제 자매들 안에 계신 예수님을 알아볼 수 없는 것이고, 결국에는 예수님께서 다시 오실 때 두려움에 죽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의 기다림이 예수님을 향한 것이 될 수 있도록 어떤 상황에서도, 형제 자매가 누구라도 그들의 말과 행실을 따지며 미워하거나, 가난이나 고통 중에 있는 이들을 못 본체 하기 보다 용서하며 아낌없이 베풀고 사랑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온 마음을 다해서 사랑하며 당신을 기다리는 우리를 분명히 만나러 오실 것이고, 우리의 삶을 기쁨으로 채워 주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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