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사순시기는 많은 이들에게 무엇인가를 하지 않는 시기로 여겨집니다. 보통 재의 수요일이나 사순 시기 동안 금요일을 떠올리면 아마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것은 음식을 먹지 않으며 단식을 하는 것이나 고기를 먹지 않습니다. 예전에 캐네디언 본당에서 있으면서 사순시기에 학교에 학생들 미사를 드리러 가서 아이들에게 사순시기에 무엇을 하는 가 물어보면 대답은 주로 뭘 안먹는다, 뭘 안한다, 등등 언제나 무엇인가를 하지 않는 희생을 말합니다. 물론 희생을 통한 비움도 중요하지만 그리스도인의 삶은 무엇을 하지 않는 삶, 비우기만 하는 삶이 아니라 무엇인가를 더 하는 삶이 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사순시기도 마찬가지인 것이지요.
마르코 복음 10장에서 어떤 부자가 예수님께 와서 영원한 생명을 얻으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물어봅니다. 예수님께서 그에게 살인해서는 안 된다. 간음해서는 안 된다. 도둑질해서는 안 된다. 등등의 계명을 알고 있지 않으냐고 하시자 그는 어려서부터 다 지켜 왔다고 합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가진 것을 팔아 가난한 이들에게 주어라고 하시면서 그러면 하늘에서 보물을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하시지만 그는 울상이 되어 떠나 갔다고 하지요. 그렇게 예수님을 따르는 길은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하는 것이 중요한 것입니다.
오늘 이사야서 에서도 주님의 말씀은 단순히 악행을 멈추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선행을 배우고 공정을 추구하고 억압받는 이를 보살피며, 고아의 권리를 되찾아 주고 과부를 두둔해 주라고 하십니다. 악을 행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고 사랑을 실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실 세상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크게 악행을 행하지 않고 살아갑니다. 그래서 마르코 복음의 부자와 같이 크게 나쁜 일을 하지 않고 살고 있고, 남들에게 좋은 사람이라고 인정받으며 그것으로 충분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겠지만 그 중에 다른 이들을 사랑하기 보다는 아마 자신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하며 자신을 위해서만 살아가는 이들이 대부분일 것입니다.
아이스하키나 축구 같은 종목을 보면 가장 좋은 수비는 공격이라고 말합니다. 공격할 때 빈틈이 들어 날 수도 있지만 그래도 이기는 가장 좋은 길은 공격이라는 것이지요. 그리스도인의 삶도 그냥 지키기만 하는 삶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위험이나 고통을 감수하더라도, 십자가의 길을 가게 되더라도 먼저 사랑을 하는 삶을 살아야 하는 것입니다.
이제 벌써 ¼ 이 지난 사순 시기입니다. 사순 시기를 지내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며 사순 시기 동안 하지 않는 것을 잘 지키는 것에만 만족할 것이 아니라 예수님의 말씀대로 이웃을 사랑하고 섬기는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기도하며 은총을 구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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