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3일

우리는 기도할 때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것처럼 빈말을 되풀이할 때도 있지만 많은 경우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때도 많습니다. 보통 사람들 사이에서는 말을 어떻게 하는지가 중요합니다. 아내나 남편에게 아이들에게 말하듯이 할 수 없고, 직장 상사에게 친구처럼 말할 수도 없습니다. 말을 통해서 내 뜻이 받아들여 질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말 한마디에 천 냥 빚도 갚는다” 라는 말도 있듯이 물론 다른 것도 있겠지만 사람들 과의 관계에서는 말은 큰 힘이 있고 어떻게 말을 하는 가에 따라서 친구를 얻을 수도 있고 원수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아마 좋은 예가 아마 트럼프 전 대통령일 것입니다. 다른 대통령들 같았으면 사람들의 생각과 느낌 등을 다 고려해서 듣기 좋은 말들을 골라서 하고 트위터에 썼을 텐데, 트럼프는 자기 하고 싶은 말을 있는 그대로 다 내 뱉았기 때문에 그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특히 그러한 점을 극도로 싫어하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자신은 솔직한 표현이라고 썼겠지만 그러한 그의 말에 상처를 받은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는 하느님과 대화할 때도 어떠한 적당한 말이나 표현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어렵게 기도를 하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마음에 와 닿지도 않고 내 마음을 반영하지도 않는 빈말들, 기도문 들을 되풀이하거나,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서 포기하고 기도하지 않는 것입니다. 어떠한 말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먼저 나와 하느님과의 관계가 어떠한 것인지를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아마 아이들이 제일 먼저 배우고 거의 이 기도를 모르는 그리스도인이 없는 주님의 기도를 제자들에게 가르쳐 주십니다. 먼저 이 기도는 단순합니다. 몇일 동안 몇 번을 해야 하고, 어떤 다른 기도문을 앞뒤에 넣어야 하고 어떤 다른 긴 묵상이나 시간이 필요한 기도가 아니지요. 그렇기 때문에 거의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외우고 있고, 언제 어디서나 누구하고 있던 마음 속으로 아니면 같이 할 수 있는 기도입니다. 어떤 두려운 곳에 있을 때도 이 기도를 외우며 용기를 찾을 수 있고, 기쁜 일이 있을 때 이 기도를 통해서 하느님께 감사드릴 수 있습니다. 어떤 이유에 서든 이웃을 미워하는 마음이 생길 때 이 기도를 통해서 그 미움을 누르고 사랑할 수 있습니다. 또 유혹이 찾아왔을 때 이 기도를 외우며 하느님께 보호를 청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수많은 경우에 할 수 있는 이 기도를 모델로 보면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하는 기도가 단순하기를 원하신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주님의 기도는 어떠한 관계 안에서 대화해야 하는지 우리에게 알려 줍니다. 그 관계는 지금 나와 아버지가 아니라, 모든 것을 아버지께 의지하는 어린아이와 아버지의 관계인 것이지요. 그래서 주님의 기도를 우리가 아무런 생각 없이 많이 하 듯 그냥 지나가는 빈말을 하는 것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아무것도 모르고 할 수 없는 나를 사랑하시는 아버지와 대화하는 것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나는 다 컸기 때문에 도움이 필요 없고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식으로 살아가고 그것이 내가 하느님과 관계하는 방식이라면 이 주님의 기도가 무슨 뜻이 있겠습니까? 그래서 주님의 기도를 비롯해서 모든 기도는 바른 관계 안에서 그 뜻이 내 삶에서 살아 있는 기도가 되는 것입니다.

어린 아이가 부모에게 말을 할 때 이런 것 저런 것 따지지 않습니다. 그냥 마음을 자신이 표현할 수 있는 말로 하는 것이지요. 그리고 아이들의 표현은 단순합니다. 우리들 과 같이 이러 저런 경우를 다 따지고 계산해서 말하지 않습니다. 우리의 기도도 그렇게 내 마음에 있는 것을 꾸밈없이 나를 무엇보다도 사랑하시는 아버지와, 그래서 아들의 목숨가지 내어 놓으신 아버지와 말하는 것입니다. 때로는 화가 나면 화가 나는 대로, 기쁘면 기쁜 대로, 슬프면 슬픈 대로, 필요한 것이 있으면 있는 그대로 말하면 되는 것입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욥도 고통 중에서 하느님께 자신이 왜 이런 고통을 겪어야 하는지 당신이 말할 차례라고 하며 자신의 답답함을 있는 그대로 하느님께 부르짖습니다. 그러한 고통의 부르짖음도 당연히 기도인 것입니다.

교회에는 많은 기도가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좋은 기도는 미사입니다. 그리고 사실 미사 전례가 복잡해 보이 수도 있지만 항상 똑같은 것이 반복되는 단순한 기도입니다. 이렇게 미사를 포함한 모든 기도 들은 우리가 아버지와 대화할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그래서 미사만 가서 기도하는 것도 아니고, 묵주 기도나 다른 기도를 하고 서 다 했다고 하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기도들을 통해서 마음을 열고 아버지께 더 다가가 일상 생활 안에서 자녀로서 대화해야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오늘 복음에서 아버지께서는 우리가 청하기도 전에 무엇이 필요한지 알고 계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므로 믿음을 가지고 마음으로, 있는 그대로 꾸밈없는 기도를 해야 하겠습니다. 부모가 자신에게 와서 있는 그대로 대화하려는 아이를, 말을 못해서 옹알 거리는 아기도 사랑스럽게 보듯이 하늘의 아버지께서도 당신께 모든 것을 의지하며 마음으로 다가와 대화하려는 우리를 누구 보다도 사랑스럽게 보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