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1일 – 사순 제 1주일

우리는 40일간의 사순 시기에 들어섰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회개하고 복음을 믿으라고 말씀하시는 대로 특별히 사순 시기는 복음을 통해서 우리에게 전해지는 주님의 사랑을 믿고 회개하며 죄로부터 돌아서야 한다는 것을 기억하게 합니다.  물론 그리스도인의 삶은 사순 시기 만이 아니라 언제나 그러한 것이지만 세상에서 살아가다 보면 세상의 흐름 속에서 쉽게 잊을 수 있기 때문에 매년 돌아오는 사순 시기는 우리의 영혼이 졸음에서 깨어나도록 하는 것입니다.

사실 우리는 한시도 방심해서는 안 되고 졸며 방비를 허술히 해서는 안 됩니다.  적을 마주하고 있는 군인이 다른 일에 정신이 팔려 제대로 보초를 서며 지키지 않고 있거나 졸고 있다면 적이 쳐들어오는 것을 알 수 없고 싸움에서 이길 수 없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인으로서 매순간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적은 우리가 스스로 상대할 수 없는 강한 적입니다.  그리고 그 적은 쉬지 않습니다.  하느님께서 사랑하시는 사람들의 멸망을 위해서 끊임없이 유혹하는 것이지요.

노아의 때에도 사람들은 자신들을 사랑하는 하느님을 등지고 아담과 하와를 에덴 동산에서 쫓겨나게 하고, 카인에게 동생을 죽이도록 했던 죄의 유혹에 빠져들어 방탕한 죄의 생활을 이어 갔습니다.  그리고 결국에는 하느님의 벌로 인해서 노아 가족과 배에 실은 짐승들만 빼고는 모두가 홍수로 이세상에서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오늘 1독서에서 들었 듯이 하느님께서는 노아와 그 자손들과 계약을 맺으시며 다시는 홍수로 살아있는 모든 것을 파멸시키지 않으시겠다고 말씀하십니다.  하지만 하느님께서는 앞으로는 사람들의 죄에 대해서 못 본 척하시고 단순히 파멸만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시는 것이 아니라, 노아 에게는 말씀하지 않으시지만 에덴 동산에서 뱀에게 말씀하신 대로 여자의 후손을 통해서 사탄의 머리를 밟아 버리고 사람들이 살 수 있는 길을 마련해 주시게 됩니다.  인간이 나약하기 때문에 다시 또 죄에 빠지게 될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계신 것이지요.

우리 인간은 어떻게 보면 철없는 아이들과 같습니다.  부모님들은 어린 아이들이 잘못하면 다시는 그런 일을 하지 않도록 사랑으로 용서하며 혼을 내기도 합니다.  하지만 철없는 아이들은 어느 새 잊어버리고 또 다시 잘못을 반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와 같이 우리도 잘못하고 나서 주님의 자비로 용서를 받고도 어느 새 잊어버리고 또 다시 죄를 반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항상 깨어 있지 않기 때문에 싸울 힘이 없고 죄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는 것입니다.

그러한 모습은 이스라엘 백성들에게서 볼 수 있지요.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광야로 들어가 40일동안 계시며 사탄에게 유혹을 받으셨습니다.  이 40일간의 유혹은 이집트를 탈출한 이스라엘 백성들의 40일, 40년을 예수님께서 체험하시는 것입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자신들을 이끌던 모세가 40일동안 시나이 산에 올라가 내려오지 않자 저희들끼리 있다가 무엇을 합니까?  유혹에 맞서 싸우지 않고 우상 숭배로 돌아간 것이지요.  금송아지를 만들어 놓고 절을 하며 이것이 자신들을 이집트에서 데리고 나온 신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결국에 하느님의 말씀을 듣지 않아 40년을 광야에서 돌아다니면서도 그들은 매번 죄의 유혹을 떨쳐 버리지 못하고 하느님께 죄를 짓습니다.  너무나도 쉽게 죄의 유혹에 빠져버리는 인간의 모습인 것이지요.  그리고 그것이 바로 세상의 우상에 치우쳐 하느님을 멀리 하고 있을 때의 우리의 모습인 것입니다.  무엇이 죄인 지도 모르고 사탄이 이끄는 대로 멸망의 길을 가는 것이지요.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40일동안을 광야에서 지내시면서 유혹을 받으셨지만 사탄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으십니다.  이 사건을 브린디시의 성 라우렌시오는 이렇게 말합니다.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의 아들로서 영광과 힘을 가지고 사탄을 눌러 이길 수 있었지만 당신의 승리가 더 빛나도록 하기 위해서 나약한 인간의 모습으로 사탄을 이겼습니다.  이것은 아무런 무기도 없는 사람이 한 손 만을 사용해서 군대를 물리치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이러한 승리는 그 사람을 더 영광스럽게 했을 것입니다.  그와 같이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이라는 한쪽 팔을 뒤로 묶고 나약한 인간의 모습을 한 다른 팔만 가지고 사탄과 싸워서 승리한 것입니다.

이러한 예수님의 승리는 우리에게는 큰 희망이 되는 것입니다.  불가능한 싸움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사도 베드로의 말씀대로 예수님께서는 우리들을 하느님께 이끌어 주시려고 불의한 우리들을 위해서 고난을 겪으셨습니다.  그리고 노아와 식구들이 방주에 들어가 물로 구원을 받았 듯이 우리도 세례의 물로 구원을 받았습니다.  우리가 끊임없는 이 영적 싸움에서 이길 수 있는 조건을 갖추어 주신 것이지요.

카톨릭 교회 교리서 409 항에서는 이렇게 말합니다.

“온 세상은 악마의 지배 아래 놓여 있다.” (1 요한 5:19) 는 비극적 상황에서 인간의 삶은 일종의 싸움이다.  암흑의 세력에 대한 힘든 투쟁은 인류의 역사 전체를 관통하고 있으며, 이 투쟁은 태초부터 시작되어 주님의 말씀대로 마지막 날까지 계속될 것이다. 이 투쟁에 뛰어든 인간은 선을 고수하기 위하여 끊임없이 싸워야 한다.  하느님의 도우시는 은총과 커다란 노력이 없으면 자기 자신 안에서 통일을 이룰 수 없다.”

여기에서 분명히 싸워 이기기 위해서 우리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그 노력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요?  예수님께서 광야에서 40일동안 무엇을 하셨을 까요?  그냥 왔다 갔다 하시면서 산책하며 시간을 보내셨을 까요?  분명히 아버지와 하나 되시어 기도하셨을 것입니다.  인간의 나약함으로 40일간 사탄과 싸워 이기기 위해서 아버지께 의지하시며 끊임없이 기도하셨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사탄과의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다른 것이 아닌 기도입니다.  그리고 기도는 아무런 노력 없이 저절로 되지 않습니다. 카톨릭 교회 교리서 2725항에서는 “기도는 언제나 노력을 전제로 한다.” 고 말합니다.  또한 “기도란 일종의 싸움이라고 우리에게 가르쳐 준다. 누구와 싸우는 것인가- 그것은 우리 자신과 싸우는 것이며, 인간에게 기도를 외면하게 하고, 인간과 하느님의 일치를 깨뜨리려는 유혹자의 계략에 맞서는 싸움이다. 우리는 기도하는 대로 살기 때문에, 또한 사는 대로 기도한다. 우리가 평소에 그리스도의 성령에 따라 행동하기를 원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늘 기도할 수 없다. 그리스도인의 새 생활을 위한 ‘영적 싸움’ 은 기도의 싸움과 분리될 수 없다.”

이 세상에서 하느님과 함께 하지 않으면, 기도가 우리의 삶에 가장 중요한 양식이 되지 않으면 우리는 이미 진 싸움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아담과 하와가 유혹에 넘어 갔듯이, 노아 때 사람들이 죄의 유혹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듯이, 이스라엘이 하느님의 보호 안에서도 끊임없이 죄를 지으며 광야에서 40년을 돌아다니다 이집트를 탈출한 세대가 약속된 땅에 들어가지 못하고 멸망했듯이 우리도 죄의 유혹에서 이길 수 없습니다.  이기지 못하면 멸망밖에는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하는 모든 봉사와 성경공부, 영적 독서, 이 모든 것들이 기도안에서 이루어지지 않으면 우리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것입니다.  오히려 사탄이 원하는 대로 살아가는 것이지요.  예를 들어 기도하지 않고 봉사만 한다고 하면 우리는 봉사라는 것을 하기 때문에 나는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삶을 살고 있다고 마음 놓고 착각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좋은 봉사라도 사탄이 가장 원하는 곳에 있는 것이지요.

예수님께서 오늘 복음에서 성령의 인도로 광야로 들어 가셨듯이 우리의 기도 또한 성령의 도움으로 가능한 것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기도는 우리의 노력이 필요하지만 내 스스로의 힘으로 하는 것이 아닙니다.  사탄은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싸울 수 없습니다.  그래서 성령의 도움이 필요한 것이지요.  그래서 매일 기도할 때 성령께 우리의 기도에 함께 하시며 인도해 주시기를 청해야 합니다.  물론 기도할 때 하느님의 위로가 느껴지지 않을 때가 많을 것입니다.  언제나 그러한 위로를 느낄 수 있다면 기도하기가 쉬울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우리는 느낌을 기준으로 기도하는 것이 아닙니다.  내가 무엇을 느껴야 지만 기도가 잘되는 것이 아닙니다.  무엇보다도 기도에 중요한 것은 느낌에 상관없는 꾸준함이며 적이 눈 앞에 있다는 긴장감입니다.

사순 시기를 시작하면서 다시 한번 우리의 여정을 인도해 주시기를 성령께 청합시다.  그리고 언제나 싸울 준비가 되어 있도록 긴장감을 놓지 말고 꾸준히 기도합시다.  주님께서는 당신의 은총과 우리의 노력을 통해서 우리를 유혹으로부터 지켜 주실 것이고 이 사순 시기를 통해 작은 승리를 경험하고, 나아가서 주님과 함께 사탄을 누르는 결정적인 승리를 통해 영원한 생명에 들어 갈 것입니다.